회사 회식 자리에서 과음을 한 뒤 귀갓길에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
사실관계
모 건설사 현장 안전관리팀장인 A씨는 2016년 4월 회사 행사를 끝내고 팀원들과 회식을 가졌다. A씨는 식당에서 진행된 1차 회식을 마치고, 오후 9~11시 노래방에서 2차 회식을 가졌다. 1,2차 회식은 모두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회식을 마친 A씨는 오후 11시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11시35분께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려고 인천의 한 지하철역 인근 왕복 11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는 사용자의 전반적인 지배·관리하에서 이뤄진 회식에서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능력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로 인해 사고가 났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2심은 A씨가 무단횡단을 한 것이 과음으로 인한 판단능력 장애에 따른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A씨가 왕복 11차선의 도로를 무단횡단한 것이 회식 과정 또는 그 직후의 퇴근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하는 위험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내용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회통념상 회사 밖에서의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재해를 입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A씨는 회사 중요행사로서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품평회를 마치고 같은 날 사업주가 마련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사망했다. 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사망한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대법원 2018두3539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두35391,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판시사항】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이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甲 건설회사가 진행하는 아파트 신축공사의 안전관리팀 팀장인 乙이 甲 회사가 개최한 목업(Mock-up) 품평회에 참석하여 2차 회식까지 마친 후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부딪쳐 사망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甲 건설회사가 진행하는 아파트 신축공사의 안전관리팀 팀장인 乙이 甲 회사가 개최한 목업(Mock-up) 품평회에 참석하여 2차 회식까지 마친 후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부딪쳐 사망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乙은 사업주인 甲 회사의 중요한 행사로서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품평회를 마치고 같은 날 사업주가 마련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위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위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제62조, 제7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두6717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두9812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두25276 판결(공2015하, 1897),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54589 판결(공2017하, 1389)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강 담당변호사 김철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 10. 선고 2017누420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두6717 판결 등 참조).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두9812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두25276 판결 등 참조).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3두25276 판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주식회사 호반건설(이하 ‘호반건설’이라 한다)은 (아파트 명칭 생략) 아파트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진행하던 중 2016. 4. 14. 이 사건 품평회를 개최하였다. 이것은 이 사건 공사를 일부 완료한 상태에서 한 세대를 정하여 인테리어 공사를 포함한 마무리 공사까지 마치고 본사의 건설부문 대표, 기술부문장, 유관부서 실장과 팀장 등과 관계자를 불러서 완성된 모습을 시연하는 행사로, 완성될 건물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미리 예측하고 향후 공사의 진행 방향과 전략을 정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나. 원고의 남편인 소외 1은 이 사건 공사의 안전관리팀 팀장으로서 이 사건 품평회의 총괄적인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여부를 관리하였으며 2016. 3.과 같은 해 4. 내내 계속하여 이 사건 품평회를 준비하였다.
다. 이 사건 품평회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오전 8시경부터 오후 1시경까지 진행되었고, 같은 날 개최된 호반건설의 상반기 문화행사는 오후 6시 30분경부터 7시 30분경까지 볼링장에서 진행되었다. 바로 이어진 이 사건 1차 회식은 오후 7시 30분경부터 9시경까지 식당에서, 이 사건 2차 회식은 오후 9시 20분경부터 10시 50분경까지 유흥주점인 노래방에서 진행되었다.
라. 이 사건 1차 회식에는 이 사건 공사의 현장직원 23명 전원이 참석했고, 이 사건 2차 회식에는 이 사건 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공사부장 소외 2, 공사과장 소외 3과 이 사건 품평회의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한 소외 1 등 안전관리팀 5명을 포함하여 총 9명이 참석하였다. 소외 1은 이 사건 1차 회식과 이 사건 2차 회식에서 술을 마셨고, 이 사건 1차, 2차 회식 비용은 모두 호반건설의 법인카드로 결제하였다.
마. 소외 1은 평소 자신의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였고, 호반건설은 이 사건 품평회 등 회사 전체적인 행사가 있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도록 권고하였다. 소외 1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선△△역에서 전철을 타고 □□□□역에서 내린 후 버스정류장까지 도보로 약 5분간 걸어가 ◇◇◇번 버스를 이용하여 귀가하였다. 소외 1은 이 사건 2차 회식을 마친 후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집으로 향했다. ○○선△△역에서 전철을 타고 23:35경 □□□□역에서 내린 다음, ◇◇◇번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던 중 왕복 11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부딪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3.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은 사업주인 호반건설의 중요한 행사로서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이 사건 품평회를 마치고 같은 날 사업주가 마련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