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무사고 택시기사,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과정에서 5m 음주운전 면허취소 부당하다.
요지
30년간 무사고로 운전하다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과정에서 5m 가량 음주운전을 한 택시기사에 대해 개인택시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행정청의 재량권 남용행위라는 것
사실관계
A씨는 1992년 2월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해 30년간 개인택시를 했다. 그러다 2020년 4월 근무가 없는 날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려다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대리운전 콜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GPS 위치 수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5m 정도 차량을 운전해 이동시켰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205%이었다. 이 일로 2020년 6월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됐고, 서울특별시장은 같은해 12월 A씨에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5조 1항 37호 규정에 따라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30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했고,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2016년부터 600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서울시의 처분은 가혹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인택시 운송사업자의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 1차 위반 시에도 사업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업면허 취소가 처분 대상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 행정청은 당해 처분행위에 의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 처분으로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는 과정에서 처분기준을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
제재적 처분이 가급적 일률적인 기준 하에 이뤄져야 할 행정적 필요성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개인택시 운송사업 면허취소 결정 중 대부분을 재량행위로 명확하게 정한 것은 수많은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대한 고려를 입법에 사전적·포괄적으로 담기는 어렵다는 점을 숙고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A씨의 운전경위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면 A씨의 한 순간 실수는 공동체가 충분히 포용하거나 관용할 여지가 큰 것으로서 향후 그 공익 침해의 여지는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처분으로 인해 A씨와 가족은 생계수단 자체를 박탈당하게 되므로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입법자가 재량규정을 통해 법에 눈물과 온기를 불어넣은 이유는 요즘과 같이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가 어려운 시절에 법의 일률성으로 인해 혹여라도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나마 부여할 수 있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택시기사 A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21구합58110)에서 A씨에 대한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2021. 10. 15. 선고 2021구합58110 판결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취소처분취소
【사건】 2021구합58110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취소처분취소
【원고】 ○○○
【피고】 서울특별시장
【변론종결】 2021. 8. 20.
【판결선고】 2021. 10. 15.
【주문】
1. 피고가 2020. 12. 11. 원고에 대하여 한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00000) 취소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2. 12. 10. 1종 대형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1992. 2. 13. 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하여, ○○택시를 이용하여 개인택시업에 종사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0. 4. 12. ○○ 앞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05%로 위 택시를 운전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2020. 6. 19.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되었다.
다. 피고는 2020. 12. 11. 원고에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5조 제1항 제37호 규정에 따라 원고의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한다는 취지의 통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려다가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콜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GPS 위치 수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음주를 하였음에도 택시를 5m 운전하였다. 원고는 위 음주운전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2020. 8. 3. 1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하였다.
원고는 30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하였고, 운전을 하여 생계를 유지해왔다. 또한 2016년부터 600시간동안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가혹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3. 판단
가.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와 같은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그 면허를 받은 상대방에게 이미 부여된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비록 법령상의 취소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취소권의 행사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때에 한하여 상대방이 받게 될 불이익과 비교·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에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그 면허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누218 판결 등 참조).
나. ○○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2020. 4. 12. 산기슭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대리운전 호출하였는데 대리운전 콜센터로부터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GPS 위치가 수신되게 할 생각으로 차를 5m 운전하였다고 진술하였다.
2) 원고의 호출을 받고 뒤늦게 도착한 대리운전기사는 수사기관에 영업용 차량인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대리기사가 희소하다보니 호출이 잘 되지 않았다는 진술을 하였고, 원고의 통화내역에 따르면, 원고가 대리운전을 11회에 걸쳐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한 사실이 확인된다.
3) ○○검찰청 검사는 2020. 5. 28. 원고가 30년 동안 교통사고 전력이 없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600시간가량 자원봉사를 해왔던 점과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반성의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였다.
4) 원고는 주차장의 입구에서부터 이와 맞닿아 있는 길의 일부로서 주차장 입구의 대각선에 위치해 있는 곳까지 약 5m를 운전하였다.
5) 원고는 2020. 8. 3. 1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하였다.
다.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달성될 공익에 못지않게 이미 부여된 원고의 기득권 침해 정도 내지 불이익이 적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은 가혹한 것으로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1)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5조 제1항 제37호,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2021. 4. 6. 대통령령 제31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 제1항 제1호, [별표 3] 제2호 개별기준 가목 37.에서는 개인택시 운송사업자의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 1차 위반 시에도 사업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업면허 취소가 처분 대상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 행정청은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 처분으로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는 과정에서 처분기준을 신중히 적용하여야 한다.
2) 원고는 2020. 8. 3. 1종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하여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될 경우 다시 개인택시 운송사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다.
3) 원고가 음주운전을 한 거리가 짧고, 계속하여 운행하려던 것이 아니라 주차된 차량을 근처로 이동시켜 다시 주차하려고 하였던 점, 원고는 실제로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콜센터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운전을 한 곳은 산기슭의 주차장이고 GPS가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이어서 사람이나 차량의 왕래가 많은 곳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음주운전으로 일반 공중에 야기될 위해가 매우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4) 원고가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이 사건 처분의 원인이 된 음주운전 적발 시까지 30년간 무사고로 운전업무에 종사해온 점, 원고가 개인택시 운송사업을 영위하면서 위 음주운전 이외에 다른 교통법규 위반을 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원고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하여 개인택시 운송사업을 영위하여야 하는 상황인 점, 이 사건 처분이 유지될 경우 원고가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던 자금도 회수할 수 없게 되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그 사익 침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
5) 제재적 처분이 가급적 일률적인 기준 하에 이루어져야 할 행정적 필요성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개인택시 운송사업 면허취소 결정 중 대부분을 재량행위로 명확하게 정한 것은, 수많은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대한 고려를 입법에 사전적·포괄적으로 담기는 어렵다는 점을 숙고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법집행과정과 사법심사 과정에서 구체적 타당성이 담보되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 사건 원고의 운전경위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보면, 원고의 준법 의식이나 향후의 재범가능성, 안전운행과 관련한 위해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이 사건 원고의 한 순간의 실수는 공동체가 충분히 포용하거나 관용할 여지가 큰 것으로서 향후 그 공익 침해의 여지는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와 그 가족은 그 생계수단 자체를 박탈당하게 되므로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입법자가 재량규정을 통해 법에 눈물과 온기를 불어넣은 이유는, 요즈음과 같이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가 어려운 시절에 법의 일률성으로 인하여 혹여라도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나마 부여할 수 있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려운 시절에 사회공동체가 건넨 그 한 번의 기회가 어쩌면 공동체의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이것이 바로 ‘법의 지혜’라고 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