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험금을 직원이 아닌 고용주가 직접 받도록 하는 직원들의 단체보험 서면 동의도 유효하다. 또 이렇게 받은 보험금을 고용주가 직원에게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권창환 창원지법 공보판사는 업무 중 직원이 다친 것에 대해서 직원이 사업주에게 따로 구상할 수 있다며 사내 단체보험은 사업장의 손해를 보상한다는 성격이 강해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는 판결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덤프트럭 운전기사 A씨는 2007년 B씨의 회사에 입사하며 단체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보험에 가입하며 보험료는 고용주 B씨가 내되 보험사고가 일어났을 때 수익도 B씨가 받게 되는 조건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했다. 이듬해 10월, A씨는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작업하다 얼굴을 다쳤고, 2009년 3월에도 작업 중 미끄러져 십자인대를 다쳤다. 이 사고로 보험회사는 고용주 B씨에게 보험금 1400여만원을 지급했고 A씨는 "고용주가 보험금을 받게 된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의서를 제출했다"며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창원지법 민사3부(재판장 오민석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단체보험은 보험수익자의 지정에 관해 별다른 규정이 없어 보험계약자인 고용주가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A씨가 보험에 가입하며 보험수익자를 B씨로 하는 데에 동의한 이상 보험계약의 일반원칙에 따라 고용주 B씨가 보험금을 받아 보유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보험금을 고용주가 받게 한다면 고용주가 일부러 직원에게 상해를 가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취득할 수 있는 등의 사회적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 서면 동의가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대법원 판결이 직원이 업무가 아닌 일로 다쳐 단체보험금이 지급됐을 경우 수령자인 고용주가 이를 보유하지 않고 직원에게 전하도록 서면 동의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98다59613)며 A씨가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중 일어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B씨가 보험금을 A씨에게 주지 않아도 된다고 덤프트럭 운전기사 A씨가 고용주 B씨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의 항소심(창원지방법원 2012나5289)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창원지방법원 2013. 1. 16. 선고 2012나5289 판결 [보험금]
【원고, 항소인】
신A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창래
【피고, 피항소인】
박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원
담당변호사 조형준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12. 2. 22. 선고 2011가단514 판결
【변론종결】 2012. 12. 12.
【판결선고】 2013. 1. 16.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4,315,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분쟁의 전제
가. C을 운영하는 피고는 2007. 3. 23. D보험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김E 등 C의 종업원 13명, 보험기간을 2007. 3.23.부터 2017. 3. 23.까지로 하는 내용의 무배당직장인기업보장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C의 종업원이던 김E이 2008. 2.경 퇴사한 후 원고가 2008. 3.경 C의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입사하자, 피고는 D에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중 김E을 원고로 변경하는 내용의 피보험자변경신청을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중 김E이 원고로 변경되었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매월 일정액을 보험료로 납입하되,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인 C의 종업원이 재해로 사망하거나 상해를입는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험자인 D이 보험약관에 정한 보험금을보험수익자인 피고에게 지급하고, 보험기간의 만기까지 보험사고가 발생하지아니하는 경우에는 D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만기급여금을 보험수익자인 피고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단체보험계약이다. D은 피고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체결하면서 만기 시 뿐 아니라 사망, 상해 시 수익자를 보험계약자인 피고로하고 종업원들을 피보험자로 정함에 있어서 종업원들의 서면동의를 받았고,2008. 5. 20.경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중 김E을 원고로 변경하면서그와 같은 취지로 원고의 서면동의를 받았다.
라. 원고는 2008. 10. 22. 11:00경 김해시 F 가옥철거 공사현장에서 피고 소유인 덤프트럭의 운전기사로 작업을 하던 중 근처에 있던 굴삭기 기사가굴삭기 문을 닫으면서 원고의 얼굴을 충격하여 안면부 열상의 상해를 입었고, 2009. 3. 2. 11:00경 진해시 G 소재 가옥철거 공사현장에서 역시 피고소유인 덤프트럭의 운전기사로 작업을 하다가 운전석에서 내리던 중 덤프트럭의 발판에 쌓인 눈에 미끄러져 추락하여 좌측 슬관절 후방십자인대 파열등의 상해를 입었다.
마. 한편, 피고는 2009. 12. 7.부터 2010. 2. 3.경까지 D으로부터 원고의 위 각 상해사고(이하 ‘이 사건 각 보험사고’라고 한다)를 보험사고로 하여 보험금 합계 14,315,000원(이하 ‘이 사건 보험금’이라 한다)을 수령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 내지 6호증,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D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은 단체보험의 경우, 종업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험금을 보험계약자인 고용주가 수익자로서 수령하여 보유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고용주는 종업원이 업무상 재해를 쉽게 입도록 작업환경을 열악하게조장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종업원에게 상해를 가하여 보험금을 부당하게취득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단체보험의 의의는 종업원복리를 위하여 보험료는 고용주가 부담하는 대신 그만큼 고용주는 세제 혜택을 받게 하는 데 있다 할 것이므로, 피보험자인 종업원의 재해로 인한 단체보험금은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이든 아니든 구별하지 않고 종업원이 보유하고, 만기가 되어 수령하는 만기환급금은 고용주가 수령하여 보유하는 것이 타당한 점,
원고가 C에 입사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변경신청에 동의하면서 만기 시, 상해 시, 사망 시 수익자를 모두 보험계약자로 표시한 후 서명․날인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만기수익자, 상해수익자, 사망수익자 등의 의미를 잘 모르고 한 동의이고, 종업원 입장에서 서명․날인하여야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무조건 서명날인을 하라고 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서명날인을 한 것이며, 만약 이처럼 재해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의 보험금까지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수령하여 종업원인 원고에게 반환하지 않고 보유한다는 의미라는 걸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보험금은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보험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를 김E에서 원고로 변경할 당시 원고로부터 원고를 피보험자로, 피고를 보험수익자로 함에 대하여 서면동의를 받았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이 사건 보험금은 피고에게 귀속되어야한다.
3. 판 단
단체보험의 경우 보험수익자의 지정에 관하여는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별다른 규정이 없으므로 보험계약자는 단체의 구성원인 피보험자를 보험수익자로 하여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으로 체결할 수도 있고, 보험계약자 자신을보험수익자로 하여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 체결할 수도 있을 것이며, 단체보험이라고 하여 당연히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보험수익자를 보험계약자 자신으로 지정하는 것이 단체보험의 본질에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바(대법원 1999. 5. 25. 선고 98다59613 판결참조),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의 발생에 따른 보험수익자는 피고로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를 김E에서 원고로 변경할 당시 보험수익자를 피고로 하는 데에 동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수익자인 피고가 이 사건 보험금을 수령하여 보유할 권한이 있다.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사고를 원고 등 종업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또는 부상에 국한시키지 아니한 점,
원고가 업무상 재해가 아닌 사망이나 부상을 당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까지 피고가 그 보험금을수령하여 보유하는 것을 용인할 의도로 특별히 보험수익자를 피고로 하는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에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통상적으로 어려운 점 등에비추어 보면,
피고와 원고 사이에서 특별히 다른 약정을 하였다는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수령하여 보유하되, 업무외 재해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고가 보험금을 수령하여 이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인 원고나 그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의미로 보험수익자를 보험계약자인 피고로 하는 데 대하여 원고가 동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5. 25. 선고 98다59613 판결,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7028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각 보험사고는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작업하다가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보험금을 수령하여 원고에게 이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