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를 계약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운전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실관계
김씨는 2006년 8월 지인 오씨가 렌터카회사에서 빌린 차를 운전하다가 충북 제천 시내의 한 교차로에서 승합차와 충돌해 렌터카 동승자들과 승합차 운전자가 상해를 입었다. 렌터카회사의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과실비율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5400여만의 보험금을 지급했고, "김씨는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운전피보험자가 아니다"라며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김씨가 오씨 동의를 얻어 렌터카를 운전했으므로 운전피보험자로 봐야 한다"며 원고패소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자동차종합보험약관에서는 피보험자를 위해 자동자를 운전한 '운전피보험자'를 보험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 계약서에 기명된 피보험자에게 고용돼 운전하는 자를 의미하지만, 운전업무를 위해 고용된 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명피보험자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승낙을 받아 운전을 했다면 운전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운전자가 렌터카 계약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 승낙을 받고 운전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명피보험자인 렌터카 회사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를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이런 경우 운전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일으킨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는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오씨가 동의한 차량대여계약서에는 '임차인의 제3자가 운전해 사고가 발생하였을 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는데도 오씨는 김씨에게 운전을 시켜 사고가 발생했다"며 "김씨가 피보험자인 오씨의 허락을 받아 승용차를 운전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명피보험자인 렌터카회사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운전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고 ㈜동부화재해상보험(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이 렌터카 계약자인 오모씨 대신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낸 김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2다116123)에서 원고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16123 판결 [구상금]
【판시사항】
승낙피보험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승낙을 받고 승낙피보험자를 위하여 자동차 운전을 하였으나 그것이 기명피보험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 운전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일으킨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상법 제682조에 따라 기명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일반적인 자동차종합보험약관에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보상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그 피보험자의 범위에 관하여는 ① 보험증권에 기재된 ‘기명피보험자’, ② 기명피보험자의 친족 등 ‘친족피보험자’, ③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운행한 ‘승낙피보험자’, ④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 등 ‘사용피보험자’, ⑤ 위 ① 내지 ④에서 규정한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자를 운전한 ‘운전피보험자’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운전피보험자’는 통상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되어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를 의미하지만, 운전업무를 위하여 고용된 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명피보험자 등으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승낙을 받고 그 기명피보험자 등을 위하여 운전을 하였다면 운전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승낙피보험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승낙을 받고 그 승낙피보험자를 위하여 자동차 운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명피보험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운전자를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그러한 운전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일으킨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상법 제682조에 따라 기명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참조조문】 상법 제682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3331 판결(공2000하, 2218),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7686 판결
【원고, 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운호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가온 담당변호사 박지현 외 1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2. 11. 20. 선고 2012나25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일반적인 자동차종합보험약관에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보상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그 피보험자의 범위에 관하여는 ① 보험증권에 기재된 ‘기명피보험자’, ② 기명피보험자의 친족 등 ‘친족피보험자’, ③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운행한 ‘승낙피보험자’, ④ 기명피보험자의 사용자 등 ‘사용피보험자’, ⑤ 위 ① 내지 ④에서 규정한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자를 운전한 ‘운전피보험자’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운전피보험자’는 통상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되어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를 의미하지만(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3331 판결 등 참조), 운전업무를 위하여 고용된 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명피보험자 등으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승낙을 받고 그 기명피보험자 등을 위하여 운전을 하였다면 운전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7686 판결 참조).
그러나 설령 승낙피보험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승낙을 받고 그 승낙피보험자를 위하여 자동차 운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명피보험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운전자를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그러한 운전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일으킨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상법 제682조에 따라 기명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소외인이 주식회사 카로렌트카(이하 ‘카로렌트카’)로부터 이 사건 승용차를 임차하면서 작성한 차량대여계약서에는 ‘임차인의 제3자 또는 만 연령 ( )세 이하인 자가 운전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합니다’라는 문구(이하 ‘이 사건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인은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게 하였고 피고가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이 사건 승용차에 관하여 주식회사 카로렌트카와 사이에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본 법리를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살펴보면, 우선 이 사건 문구 중 ‘제3자’는 ‘임차인 본인 이외의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그 문언이나 거래관행에 비추어 타당해 보이고, 그러한 제3자가 운전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다고 규정함으로써 결국 기명피보험자인 카로렌트카는 임차인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은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설령 피고가 승낙피보험자인 소외인의 허락을 받아 소외인을 위하여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명피보험자인 카로렌트카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운전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문구의 제3자는 ‘피보험자가 될 수 없는 제3자’를 의미하고, 피고가 승낙피보험자인 소외인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승낙을 받고 소외인을 위하여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한 이상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그러한 전제하에 원고는 피보험자인 피고를 상대로는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른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이나 운전피보험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