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보험 갱신 때 전산입력 오류로 특약에 가입돼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했더라도 피보험자가 가입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특약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사실관계
2009년 보험회사에 입사한 A씨는 산재보험 미가입자들이 가입하는 단체보험을 신청했다. 단체보험은 입사 전 암 등 중증 질환으로 치료 중인 경우 재해 사망사고만 보장하고 질병 등으로 사망한 경우까지 보장하는 특약에는 가입을 제한했다.
A씨는 입사 전에 위암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사전심사요청서에 치료 중이라고 적고 특약을 뺀 단체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2012년 1월 보험 갱신 전산입력 처리 도중 회사 직원의 실수로 A씨를 특약에 가입해 갱신했고 A씨는 보험료를 더 납부했다.
같은 해 8월 A씨는 위암이 재발해 사망하자 손씨는 특약에 가입돼 보험료를 더 납부했으므로 보험금 2100여만 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울산지법 최환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특약 가입이 제한된다는 점을 안내받았고 당시 회사 보험 시행문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가 회사의 전산입력 후 특약에 가입됐음을 알리는 통지을 받는 등 보험 내용이 바뀐 것을 알고 있지 않은 이상 보험료를 더 납부했다 하더라도 회사는 특약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보험계약의 내용은 증거증권뿐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합치, 계약체결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A씨의 특약 가입은 회사 직원의 잘못으로 전산처리된 것이 명백한데 이를 특약보험 가입을 허락하는 회사의 의사표시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보험설계사인 A씨의 배우자인 손모씨가 한화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울산지방법원 2013가단15288)에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울산지방법원 2013. 9. 10. 선고 2013가단15288 판결【보험금】: 원고패
【판시사항】
단체보험계약 갱신 시 보험사 실수로 부보범위가 확대된 사안에서 보험금 청구를 기각한 사례
【전 문】
【원 고】 A(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성운)
【피 고】 B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연택)
【제2심판결】
【변론종결】 2013. 8. 1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1,428,571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8. 2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3호증, 갑5호증의 1, 2, 을1 내지 9호증, 을10호증의 1, 2, 을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생명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피고는 그 소속 보험설계사들 중 산재보험가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단체보험인 무배당기업복지라이프플랜 보험계약에 가입시켜 왔는데, C는 2011. 1. 5. 피고 회사의 보험설계사로 신규위촉된 다음 위 보험의 가입을 희망하여 산재보험적용제외신청서와 함께 사전심사요청서를 작성·제출하였다.
나. C의 입사 당시 적용되던 피고 회사의 2009. 12. 22.자 시행 "FP 단체보험 가입 변경안내" 및 "신규위촉 FP 개별 언더라이팅 안내" 각 시행문에 의하면, 신규 위촉된 보험설계사가 위촉 전에 발생한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으로 치료 중인 경우에는 재해로 인한 사망만을 보험사고로 하는 주계약만 가입이 가능할 뿐 질병 등 재해 이외의 원인에 의한 사망까지 부보하는 특약이나 실손특약의 가입은 제한하고 있는데, C는 입사 무렵 위 내용을 안내받아 이를 알고 있었다. 또한 2011년 1월부터 적용되는 피고회사의 "'11. 1월 단체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안내" 시행문 역시 최초가입일 이전 발생한 중증 질환이 있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주계약의 가입만 가능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그런데 C는 피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인 2008. 6. 12.부터 2008. 6. 21.까지 위암으로 입원하여 수술치료를 받은 바 있었고, 그에 따라 위 사전심사요청서를 작성함에 있어 병명 및 치료기간란에 위와 같은 자신의 병력을 기재하는 한편 완치여부란 중 "아니오"란에, 재발경험란 중 "무"란에 표시하여 제출하였다.
라. 피고 회사의 언더라이팅(underwriting) 부서는 C에게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으로 치료중인 자는 주계약의 가입만 가능할 뿐 재해 이외의 원인에 의한 사망까지 부보하는 특약에는 가입이 제한됨을 안내하였고 C는 이에 동의하였다.
마. 피고 회사의 대표자는 그 무렵 피고를 보험계약자1)[1)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의 보험계약자가 C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계약은 계약 체결 경위, 보험수익자의 지정방식, 피보험자의 동의방식 등에 비추어 상법 제735조의3에서 정한 단체보험임이 분명하므로, 단체보험의 특성상 보험계약자는 피고로 보아야 하고 C는 피보험자에 불과하다.] 겸 보험자로 하고 C를 피보험자로 하는 단체보험인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무배당기업복지라이프플랜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1) 피보험자 : C
(2) 보험수익자 : C
(3) 보험기간 : 1년 만기
(4) 급부명칭 및 지급금액 : 사망보험금, 5,000만 원
(5) 지급사유 : 피보험자에게 보험기간 중 재해가 발생하고 그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바. 그런데 피고 회사가 2012. 1. 1.경 C를 비롯한 소속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단체보험계약을 갱신함에 있어 전산입력처리 과정에서 피고 회사 직원의 실수로 특약의 가입이 제한되는 C를 특약 가입이 가능한 피보험자로 분류함으로써 C에 대하여 주계약 이외에 일반사망특약 등 6종의 특약에 가입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전산입력되었고, 이에 따라 보험료 역시 종전의 보험료 450원보다 증액된 19,063원이 납부되어 왔다.2)[이 사건 계약의 보험료는 피고가 부담하되, C의 급여에 보험료가 포함되어 지급되었다가 이를 다시 이체하는 형식으로 납부되어 왔다.]
사. 그 후 C는 2012. 8. 25. 22:25경 위암의 재발에 따른 진행성 위암으로 사망하였는데, 유족으로 배우자인 원고와 자녀들인 D, E이 있다.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보험약관은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서 설사 어느 일방이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약관의 구속력은 배제할 수 없는 것이고, 부합계약의 특성상 그 계약내용이 불명확할 때에도 약관을 작성한 자에게 불이익하게 적용하여야 할 것인데, 보험증권은 보험회사가 그 문언의 내용대로 보장을 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증서이므로 이 사건 계약이 2012년 1월 갱신되면서 주계약 이외에 일반사망특약 등이 추가된 이상, 설령 피고 회사의 직원이 이 사건 계약의 갱신과정에서 실수로 일반사망 보험담보를 추가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내용대로 보장하여야 하고, 따라서 피고는 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C가 최초 이 사건 계약에 가입할 당시 자신의 병력을 고지하여 주계약의 가입만 가능함을 안내받고 이에 동의하여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만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주계약에 가입한 것인데, C의 가입 당시 작성된 서면 등의 내용과 C의 보험가입경위, 단체보험의 특성, 갱신방법, 보험료 납입방법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직원의 실수에 따른 전산처리결과로써 이 사건 계약이 최초의 계약과 다른 내용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전산처리내용에 관계 없이 주계약에 따라 재해로 인한 사망만 보장하는 것으로 갱신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로서는 질병으로 사망한 C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보험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합치에 의하여 성립되는 낙성계약으로서 별도의 서면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교부되는 보험증권이나 보험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 작성·교부되는 배서증권은 하나의 증거증권에 불과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내용 등은 그 증거증권만이 아니라 계약체결의 전후 경위를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또한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의 서로 대립하는 수 개의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가 필요하고 객관적 합치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나타나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모두 일치하고 있어야 하는 한편 계약 내용의 '중요한 점' 및 계약의 객관적 요소는 아니더라도 특히 당사자가 그것에 중대한 의의를 두고 계약성립의 요건으로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이에 관하여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피고 회사의 직원이 이 사건 계약의 갱신 과정에서 C에 대하여 주계약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사망까지 보험사고에 포함되는 특약에 가입되는 내용으로 전산처리한 사실, 그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의 보험료가 최초 보험료보다 증액되어 납부되어 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앞서 본 사실관계 및 그로부터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C는 이 사건 계약 가입 당시 이미 자신의 병력으로 인하여 주계약에만 가입이 가능할 뿐 질병으로 인한 사망까지 부보되는 특약의 가입은 제한됨을 안내받았음에도 산재보험적용제외신청을 하고 이 사건 계약 가입을 선택한 점,
② C의 최초 가입 당시 적용되던 피고 회사의 시행문은 물론 이 사건 계약 갱신 당시 적용되던 시행문 역시 동일한 내용으로서 이 사건 계약 갱신 당시에도 C는 주계약 가입을 의욕하였을 것임이 명백하고, 계약자인 피고 회사가 계약 갱신을 통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역시 주계약 가입에 있었던 것이지 C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까지 보험사고로 포함시킬 의사는 없었던 점,
③ 이 사건 계약은 단체의 구성원에 대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부보함으로써 단체 구성원에 대한 단체의 재해보상금이나 후생복리비용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단체보험계약으로서 단체를 하나의 보험계약단위로 하여 보험계약의 심사나 선택이 이루어지는 특성상 대량판매 및 대량관리가 수반될 수밖에 없고, 이 사건 계약 체결 및 갱신 경위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의 갱신 과정에서 특약이 포함된 것은 전산입력 과정에서의 피고 회사 직원의 실수로 인한 것이 명백한데, 그러한 대량의 사무처리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실수에 따른 전산입력결과를 곧바로 의사표시의 요소로 삼아 계약 성립을 위한 의사표시가 합치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가 C에게 전산입력결과에 따라 특약까지 가입되었음을 알리는 등으로 C가 이 사건 계약 내용의 변경으로 보험보호범위에 관한 새로운 기대를 가지게 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는 이상,
이는 계약자인 피고의 효과의사 뿐 아니라 피보험자인 C의 추단되는 의사와도 합치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앞서 본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따른 보험계약의 내용에는 주계약만 포함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질병 등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까지 보험사고에 포함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의 갱신 당시 피고 회사 직원의 실수로 보험내용에 착오를 일으킨 보험수익자인 원고가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합리적 기대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피고로서는 보험사업자의 직원이 보험모집을 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보험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규정한 구 보험업법 제158조 제1항3)[3) 2003. 5. 29. 법률 제6891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으로, 현행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과 그 취지가 동일하다.]에 따라 보험금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도 주장하나, 보험업법에서 규정한 모집을 위탁한 보험회사의 배상책임은 보험계약자의 손해에 관한 배상책임으로서 피보험자에 불과한 C나 그 유족인 원고에 관하여는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