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병원 뒤바뀐 검사결과 보고 다른 병원서 유방절개했다면 초진 병원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요지
환자를 처음 진찰한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바꿔주는 바람에 다른 병원에서 유방을 절제했다면 초진 병원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김모(45·여)씨는 2005년 7월께 종합건강검진 결과 오른쪽 유방에 팥알 크기의 혹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김씨는 같은해 11월께 세브란스병원에서 초음파 검사와 조직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 오른쪽 유방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결과를 믿지 못한 김씨는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정확히 진단받고 유방절제수술을 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서울대병원 의사 노모씨는 초음파검사와 MRI 검사 등을 했는데, 종양 발견 부위가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그러자 노씨는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를 신뢰해 유방암으로 판단해 유방절제술로 김씨의 오른쪽 유방 4분의 1을 절제했다. 하지만 떼어낸 유방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의 병리과 직원이 다른 유방암 환자의 조직검사 결과에 김씨의 라벨을 잘못 부착했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김씨는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그리고 의사 노씨를 상대로 1억3,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1심은 세브란스병원의 책임만 인정해 4,000만원을 배상판결을 내렸다.
2심은 서울대병원과 의사 노씨의 책임을 인정해 "피고들은 연대해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법원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통상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해 암 확정 진단을 하고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결과지를 제출했다면 조직검사를 다시 시행하는 경우가 없다.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대비해 담당의사에게 재검사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서울대병원과 노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09다65416).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의 상고는 기각하고 손배책임을 확정지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65416 판결 손해배상(의)
【판시사항】
[1]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 및 기준
[2] 甲 대학병원에서 환자 乙에 대한 유방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의 확정 진단을 하였는데, 乙이 丙 대학병원에 전원(轉院)하면서 甲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를 기재한 조직검사 결과지를 제출하여 丙 병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으나, 종양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고 암세포 검출 여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甲 병원 병리과 의료진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乙의 라벨을 부착한 것이 밝혀진 사안에서, 丙 병원의 의사에게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 등을 한 이후에 유방절제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2] 甲 대학병원에서 환자 乙에 대한 유방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의 확정 진단을 하였는데, 乙이 丙 대학병원에 전원(轉院)하면서 甲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를 기재한 조직검사 결과지를 제출하여 丙 대학병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으나, 종양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고 이에 甲 병원에서 乙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등을 각 대출받아 암세포 검출 여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甲 병원 병리과 의료진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乙의 라벨을 부착한 것이 밝혀진 사안에서, 丙 병원의 의사에게 甲 병원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乙로부터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甲 병원에서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어 재검사를 시행한 이후에 유방절제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2]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공2004하, 1929)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래 담당변호사 이율 외 2인)
【피고, 상고인】
서울대학교병원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7. 23. 선고 2008나460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의 상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운영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의사인 원심공동피고인은 2005. 11. 15. 원고에 대한 유방초음파검사를 시행하여 원고의 오른쪽 유방과 왼쪽 유방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미세침을 종양에 삽입하여 조직을 채취한 후 병리과에 조직검사를 의뢰한 사실,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의료진은 떼어낸 조직을 파라핀 블록으로 만들고, 파라핀 블록의 일부를 얇게 절제하여 H&E 염색된 슬라이드(이하 ‘조직검사 슬라이드’라고 한다)를 만든 후 이를 검사하여 오른쪽 유방의 종양을 ‘침윤성 유방암’, 왼쪽 유방의 종양을 ‘유방 양성종괴’로 진단하였고, 원심공동피고인은 위 검사결과를 토대로 2005. 11. 28. 유방절제술을 시행하기로 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2005. 11. 28. 위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오른쪽 유방의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다시 정확하게 진단받은 후 유방절제술 등의 치료를 받기 위하여 세브란스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지, 의무기록 사본, 초음파 사진을 복사한 CD 등을 교부받아, 같은 날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외과의사인 피고 2에게 진료를 의뢰한 사실,
피고 2는 내원 당일 원고에 대하여 간단한 촉진 등의 검사를 시행한 후 세브란스병원의 조직검사 결과지와 진단서를 신뢰하여 원고의 오른쪽 유방에 대한 절제수술을 시행하기로 한 사실,
피고 2는 2005. 11. 30. 병변의 정확한 위치 및 범위를 알고, 유방 내 다른 악성 병변 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방 초음파검사 및 유방 MRI 검사 등을 시행하였는데, 검사 결과 오른쪽 유방 10시 방향, 8∼9시 방향 및 왼쪽 유방 3.5시 방향에 각 종양이 발견되었고, 그 외 양측 유방에 다발성 병변이 존재하는 등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소견을 보인 사실,
피고 2는 원고의 오른쪽 유방 10시 방향에 있는 종양을 세브란스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한 종양으로 추정하고, 그 외에 8∼9시 방향에 존재하는 종양도 유방암의 가능성이 있는 병변으로 판단하여 오른쪽 유방의 1/4 부분을 절제하고,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임파선을 절제하며, 왼쪽 유방의 종양도 악성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절제생검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후, 2005. 12. 2. 원고에 대하여 우측 유방 사분위절제술 및 림프절절제술과 좌측 유방 종괴절제술을 시행한 사실(이하 우측 유방 사분위절제술 및 림프절절제술을 통칭하여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
그런데 유방절제술을 통하여 떼어낸 오른쪽 유방의 종양조직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아니하였고, 이에 세브란스병원에서 원고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및 파라핀 블록을 각 대출받아 암세포 검출 여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의료진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원고의 라벨을 부착한 것이 밝혀졌으며, 원고의 오른쪽 유방 종양에 대한 최종적인 조직검사결과도 ‘다발성 관상피 세포 증식증’ 등의 양성병변으로 진단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원고가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에 내원할 당시 세브란스병원의 유방암 진단 자체는 인정하면서 유방의 절제 범위에 관하여만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하였다는 취지이나, 이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 3, 4점에 대하여
(1) 원심은, 조직검사는 조직의 채취·파라핀 블록 및 조직검사 슬라이드의 제작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의 의사인 피고 2로서는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최소한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시한 조직검사 슬라이드와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재검사하는 등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여 수술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세브란스병원의 조직검사 결과만을 믿고 촉진 외에 별다른 검사 없이 바로 유방절제술을 결정하고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는바, 이는 유방절제술을 시행하는 의사에게 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제1심의 서울삼성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유방암의 확정진단은 반드시 조직검사를 통하여 하게 되어 있고, 어느 대학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의 확정 진단을 하고, 그 환자가 다른 대학병원에 전원(轉院)하면서 종전 대학병원에서의 조직검사 결과를 기재한 조직검사 결과지를 제출하였다면, 새로이 환자를 진찰하게 된 대학병원의 의사가 종전의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병리판독을 다시 시행하게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조직검사 자체를 다시 시행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없다고 한다.
또한 원심의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조직검사를 위하여 채취된 조직이 불충분하거나 부적합한 경우에는 병리판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다시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되나, 한 번의 조직검사로 암진단을 할 수 있으면 조직검사를 반복하여 시행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위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서 알 수 있는 조직검사와 암 확정 진단 과정의 특수성에, 세브란스병원의 조직검사가 이 사건 수술 직전에 이루어졌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암 확정 진단의 근거가 된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보관하고 있었으므로 필요할 경우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할 수 있었던 점,
피고 2가 이 사건 수술을 하기 전에 유방초음파 및 유방 MRI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도 오른쪽 유방의 소견이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등 세브란스병원의 병리과 의료진에 의한 ‘침윤성 유방암’ 판정 결과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던 점,
피고 2는 위와 같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사분위절제술을 통하여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10시 방향 종양 및 유방암의 가능성이 있는 8∼9시 방향의 종양도 모두 제거하였는데,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종양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암으로 확정 진단된 상황이었으므로 어느 병변이 암으로 판정되더라도 두 개의 종양을 모두 포함하는 사분위절제술은 적정한 수술범위로 보이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 2로서는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원고로부터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세브란스병원에서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어 재검사를 시행한 이후에 유방절제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원고는 세브란스병원의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우측 유방의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다시 정확하게 진단받기 위하여 피고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것이고, 원고의 유방암은 초기 상태로 유방절제술을 당장 시행하여야 할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피고 2로서는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의료진의 판독 오류 가능성에 대비하여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을 하게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의 병리과 의료진의 과실로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 자체가 뒤바뀐 것이므로, 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침윤성 유방암’으로 판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 2에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유방절제술을 시행하는 의사에게 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의 상고에 대하여
원심은,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의료진은 원고의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암세포를 가지고 있던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원고의 라벨을 부착하여 판독한 과실로 실제로는 양성병변이었던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종양을 침윤성 유방암으로 오진하였고, 이로 인하여 그 조직검사 결과지 등을 제출받은 피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이를 신뢰하여 잘못된 유방 절제수술을 하게 되었으므로,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는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오류 및 유방암 판독상의 과실과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입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피고 2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위 피고들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