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측이 보험 가입자에게 서면이 아닌 콤팩트 디스크(Compact Disc, CD)에 약관을 담아 건넸다면 명시·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그 안에 규정된 세부적인 면책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사실관계
B사 상해보험 가입자인 A씨는 2014년 수술을 받던 중 의료사고로 일반적 거동이 불가능한 수준의 뇌 손상을 입었다. 이후 A씨는 진단서 등을 내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약관에는 '임신, 출산, 유산 또는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로 인해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B사는 A씨가 의료처치로 손해를 입은 만큼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1심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설계사가 A씨에게 약관을 CD로만 전달했는데, 이것으로는 면책조항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36부(재판장 황병하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약관의 분량이 상당한데 청약서를 작성할 때 설계사가 A씨에게 서면이 아닌 CD 형태로 내줬다. 약관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해당 면책규정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
상품설명서 수령 및 교부 확인서에는 면책규정의 개략적인 내용조차 기재돼 있지 않다. 약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문구에 A씨가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쟁점이 된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도 없다.
수술과정에서 난 의료사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반인이 예상하기는 어렵다. 해당 면책조항이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에 포함됐다거나 다른 일반적 보험계약에도 널리 사용된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험 가입자 A씨가 B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서울고등법원 2018나2008642)에서 보험금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18. 10. 24. 선고2018나2008642 판결 보험금
【원고, 피항소인】 정A,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형구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손해보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지, 담당변호사 유동승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 19. 선고 2016가합550160 판결
【변론종결】 2018. 8. 29.
【판결선고】 2018. 10. 24.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① 160,010,319원 및 그 중 106,600,000원에 대하여는 2015. 5. 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34,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19,410,319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각각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② 2017. 9. 14.부터 2019. 3. 14.까지 매월 14일마다 각 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각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판결에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 제10면 7행, 제11면 2, 8행의 ‘피고’를 ‘원고’로, 제11면 2, 8, 10, 11행의 ‘원고'를 ‘피고'로 각 고치고, 당사자들이 당심에서 추가한 주장 및 증거에 관한 판단을 아래 제2항과 같이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 판단
가. 피고는 ‘뇌동맥류 파열’이라는 원고의 기존 질병이 원고의 현 상태에 영향을 미친 정도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나. 살피건대, 이 사건 기왕장해 감액규정(보통약관 제17조)은 보험자의 책임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그 보장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정액보험에 해당하는데, 정액보험인 상해보험에서는 기왕장해가 있는 경우에도 약정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감액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기왕장해 감액규정과 같이 후유장해보험금에서 기왕장해에 해당하는 보험금 부분을 감액하는 것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감액규정이 이미 법령에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지 않는 한 보험자는 위 감액규정을 명시·설명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29917, 229924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42610 판결 등 참조).
다. 그럼에도 제1심판결 이유 제2의 나. 2)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청약 당시 CD 형태의 이 사건 보통약관을 받고, 약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문구에 자필서명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기왕장해 감액규정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기왕장해 감액규정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피고는 원고의 기왕장해가 원고의 현 상태에 영향을 미친 정도를 확정하기 위해 진료기록감정신청을 하면서 변론재개신청을 하는바,
이 사건 기왕장해 감액규정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이상 진료기록감정신청은 불필요하고, 위와 같은 진료기록감정신청은 이미 같은 취지로 신청된 피고의 2018. 7. 23.자 진료기록감정신청에 대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등 그 필요성을 심리하여 2018. 8. 29. 제3회 변론기일에서 진료기록감정신청 불채택을 고지하자 피고가 위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진술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진료기록감정신청 및 변론재개신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