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 울타리 없는 급경사 도로서 차량 추락했다면 운전자간 음주상태라도 도로공사에 20%의 책임이 있다
요지
방호 울타리가 없는 급경사 도로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하천에 추락했다면 운전자가 음주운전 상태였다 하더라도 도로 관리자인 한국도로공사에 20%의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메리츠화재해상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A씨는 2014년 12월 새벽 1시께 혈중알코올농도 0.094%의 만취상태로 운전해 경기도 화성시 봉담-동탄 간 고속도로 옆에 있는 부체도로인 농로를 지나다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5m 아래 하천으로 추락해 차량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A씨는 크게 다치고 동승자는 사망했다.
당시 도로는 내리막길이었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고 추운 날씨에 결빙까지 돼 매우 미끄러운 상태였다. 또 도로는 하천에서부터 5m 높이에 있었고 비탈면 경사가 가팔랐지만, 차량이 하천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만한 방호 울타리나 가로등, 위험 표시판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도로엔 A씨의 사고가 난 지 1년여 뒤에야 방호 울타리가 설치됐다.
도로공사는 경기고속도로㈜와 체결한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관리운영 위·수탁계약'에 따라 2009년 10월부터 봉담-동탄 고속도로와 사고가 난 도로를 점유·관리하고 있었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공사가 점유·관리하는 도로의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으니 우리가 지급한 보험금 중 30%를 부담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이영훈 부장판사는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도로안전시설의 설치 및 관리지침' 기준에 의할 때 해당 도로는 하천에서부터 높이가 5m에 이르고 비탈면 경사가 급해 차량의 이탈 방지를 위해 방호 울타리를 설치해야 하는 도로 구간이지만, 당시 도로에 가로등 등 별다른 위험 방지 시설이 없었다.
사고 때처럼 비가 내리거나 결빙으로 노면이 미끄러우면 추락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고, 사고 후 해당 도로를 포함한 일대 부체도로 구간에 방호 울타리가 설치된 점 등에 비춰보면 공사가 점유하는 도로에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고 그것이 손해 확대의 원인이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야간에 기상 상황이 좋지 않고 결빙까지 된 위험한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한 것이 사고 발생의 큰 원인이었으며, 그 도로에서 유사사고가 있었다는 자료가 없는 점, 동승자가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 공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089189)에서 도로공사는 6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7. 선고 2018가단5089189 판결 구상금
【사건】 2018가단5089189 구상금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최경필, 변호사 김정은
【피고】
한국○○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우(담당변호사 우양태, 노창원, 김다혜)
【변론종결】 2019. 8. 29.
【판결선고】 2019. 11. 7.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65,009,474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7. 22.부터 2019. 11. 7.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3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97,514,211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7. 22.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① 원고는 89부**** 소형화물차(이하 ‘원고 차량’)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② 2014. 12. 20. 00:45경 원고 차량 피보험자인 소외 이AA이 혈중알콜농도 0.094%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원고 차량을 운전하여 화○시 ○○읍 동○리 봉담-동탄 간 고속도로 옆에 있는 같은 리 ***-* 부근 부체도로인 농로(이하 ‘이 사건 도로’)를 동○리 방면에서 대○○○ 방면으로 운행하던 중 원고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진행 방향 우측 5m 아래 하천으로 추락해 전복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사고로 위 이AA이 다치고 동승자 이BB은 척수손상 등으로 사망하였다.
③ 이 사건 사고로 위 이AA은 수원지방법원 2015고단270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되어 2015. 4. 8.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④ 당시 이 사건 도로는 원고 차량 진행 방향으로 내리막이었고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결빙까지 되어 미끄러운 상태였다. 또한, 이 사건 도로는 원고 차량이 추락한 하천에서부터 약 5m 높이에 있는데 그 비탈면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사고 당시에는 이 사건 도로에서 하천으로 추락을 방지할 만한 방호 울타리, 가로등, 위험표시판 등 시설물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가 2016. 2.경 소외 수도권서부고속도로 주식회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소외 두○종합건설 주식회사가 이 사건 도로 지점을 포함한 625m에 이르는 부체도로에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였다.
⑤ 피고는 소외 경기고속도로 주식회사와 체결한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 민간 투자사업 관리운영 위·수탁계약’에 따라 2009. 10. 29.부터 봉담-동탄 고속도로 및 이 사건 사고 도로를 점유, 관리하여 왔다.
⑥ 원고는 위 이BB의 사망 보험금으로 3억 2,500만 원을 지급한 후 자기부담금 200만 원을 환수하였고, 위 이AA에게 상해 보험금 2,048,370원을 지급하는 등 총 325,047,370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경기고속도로 주식회사·수도권서부고속도로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는 피고가 점유, 관리하는 이 사건 도로의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손해 발생이나 확대의 원인이 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사고로 지급한 보험금 중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구상을 구한다.
나. 살피건대, 민법 제758조 제1항 소정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공작물인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는 도로의 위치 등 장소적인 조건, 도로의 구조, 교통량, 사고 시에 있어서의 교통 사정 등 도로의 이용 상황과 그 본래의 이용 목적 등 여러 사정과 물적 결함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도로의 관리상 하자가 인정되는 이상 그 점유관리자는 하자가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거나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주장·입증하여야 비로소 그 책임을 면할 수가 있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다45413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29287, 29294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청 내부준칙에 정하여진 안전성의 기준이 있다면 이것이 그 공작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다2345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국토교통부가 ‘도로의 구조·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제정한 ‘도로안전시설의 설치 및 관리지침’상의 기준에 의할 때 이 사건 도로는 하천에서 부터의 높이가 5m에 이르고 하천과 도로와의 비탈면 경사가 매우 급하여 차량의 이탈 방지를 위하여 방호울타리를 설치해야 하는 도로 구간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도로에 가로등과 같은 별다른 위험방지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사고 당시처럼 비가 내리거나 결빙으로 노면이 미끄러운 경우 특히 추락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점,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사고 후 이 사건 도로를 포함한 일대 부체도로 구간에 방호울타리가 설치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점유, 관리하는 이 사건 도로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고, 그것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나 손해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 중 피고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위 인정 사실과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위 이AA이 야간에 기상이 좋지 않고 결빙까지 된 위험한 상태에서 부주의하게 음주운전을 한 것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큰 원인이 되었다고 보이고, 이전에 이 사건 도로에서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는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으며, 사망한 동승자 이BB이 사고 당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던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
라.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65,009,474원(= 325,047,370 × 20%) 및 이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5. 7. 22.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9. 11. 7.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각주:1]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훈
[각주1]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2019. 6. 1. 전에 제1심 변론이 종결되지 않은 이 사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연 12%의 이율을 적용한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