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사고를 입고 보험금을 신청한 '태아보험' 가입자에게 태아의 피보험적격을 인정했다.
본 대법원 판결은 태아에게 피보험자 적격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서,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는 태아보험이라고 홍보해 임신·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것처럼 했다가 정작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면 태아는 피보험자 적격이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형태가 위법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며, 앞으로 태아보험을 가입하고자하는 보험 가입자들도 보험가입 시에 청약서 피보험자란에 태아를 피보험자로 정확히 명시하고 있는지, 출산 중 사고에 대해 보장이 이뤄지는 것이 맞는지 등 보장내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
A씨는 자녀가 출생하기 약 5개월전인 2011년 8월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수익자를 A씨, 피보험자를 태아로 하는 어린이CI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청약서에는 피보험자란에 '태아'가 명시적으로 기재됐고, 피보험자가 우연한 외래사고로 신체상해를 입으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특별약관에는 '태아는 출생시에 피보험자가 된다'는 규정이 있다.
A씨는 2012년 1월 자녀를 출산했는데, 분만과정에서 뇌손상이 생겨 아이가 영구장해진단을 받았다. A씨는 보험사에 1억 2200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사람은 출생시부터 권리·의무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분만중인 태아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하며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1,2심 태아의 피보험적격을 인정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해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않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보험사와 A씨는 약관 내용과 달리 약정해 약관 규정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다. 보험사와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A씨의 자녀가 태아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료를 지급해 보험기간을 개시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현대해상화재보험이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대법원 2016다21122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6다21122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판시사항】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의 효력(유효) 및 출생 전 태아가 보험기간 개시 후 위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은 경우,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 또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인)임을 전제로 한다(상법 제737조). 그러나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아니하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상법 제663조, 제737조, 민법 제103조, 제105조
【사 건】
2016다211224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고도
담당변호사 김진영 외 7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2. 3. 선고 2015나2028942 판결
【판결선고】 2019. 3. 28.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내지 제3점에 대하여
가. (1)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 또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人)임을 전제로 한다(상법 제737조). 그러나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아니하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2) 보험계약은 불요식의 낙성계약이므로 계약 내용이 반드시 보험약관의 규정에 국한되지는 아니한다.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이거나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그 약관의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하여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자녀인 소외인이 출생하기 약 5개월 이전인 2011. 8. 25. 원고와 보험수익자를 본인으로 하고, 피보험자를 소외인으로 하는 ‘무배당 하이라이프 굿앤굿어린이CI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청약서의 피보험자 정보란과 계약 전 알릴의무의 피보험자란에는 ‘태아’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2)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에 피고로부터 제1회 보험료를 납부받았고, 보험증권에 보험기간 개시일을 보험계약 체결일이자 제1회 보험료를 지급받은 2011. 8. 25.로 기재하였다.
(3) 피고는 2012. 1. 28. 경주시 소재 산부인과에서 소외인을 출산하였는데, 소외인은 위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양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영구장해진단을 받았다.
(4)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서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으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의 ‘출생 전 자녀가입 특별약관’ 제1조 제3항에서는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특별약관의 다른 규정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다.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는 위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여 그 약관 규정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해보험계약으로서 원고와 피고는 개별 약정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태아였던 소외인을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삼을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인 소외인이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소외인이 태아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지급하여 보험기간을 개시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절차, 보험기간, 보험계약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사자 사이에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태아인 소외인의 피보험적격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피보험자와 보험기간의 특정, 증명책임, 특별약관의 적용과 계약당사자 의사표시의 해석,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에 면책사유로 규정된 ‘피보험자의 출산’은 피보험자가 출산의 주체가 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피보험자가 출산의 대상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보험약관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대법원 판례를 위반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