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접촉사고라도 차에서 내려 피해차량을 확인하는 등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실관계
A씨는 2018년 5월 강원도 삼척에서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 옆 차로에서 주행중이던 승용차 뒷부분을 들이받은 사고를 내고도 그대로 현장을 떠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충돌 직후 피해차량 운전자는 갓길에 차를 세웠고, A씨의 차량을 뒤쫓지는 않았다. 피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으며 범퍼 수리비에 380여만원이 들었다.
A씨는 "사고를 낸 줄 몰랐다"며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가 경미하고, 사고 후 현장에 별다른 조치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사고 발생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이라며 A씨는 사고 후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A씨가 사고 사실을 당시 알고 있었고 이로 인해 피해차량의 운전자 등이 다쳤다는 점을 인정해 도주치상 혐의를 유죄로 봤다. 하지만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은 당시 피해자 차량에는 긁힌 정도의 흔적만 있었고, 도로에는 사고로 인한 비산물이 없었다며 사고 후 피해차량이 도로 가장자리로 바로 이동해 교통의 흐름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고 피해자들 또한 사고 직후에는 사고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피해차량 운전자가 A씨 차량을 추격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차량의 정차 위치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보면 A씨는 원활한 교통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사고 후 미조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19도3225).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도322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판시사항】
[1]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1호의 취지 /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의 내용과 정도
[2] 자동차 운전자인 피고인이 편도 3차로 도로의 1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량 우측 앞바퀴 부분으로 甲이 운전하던 피해차량의 좌측 뒤 펜더 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로 피해차량을 손괴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고 하여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사고 충격의 정도, 피해차량 운전자의 사고 직후 상태, 피해차량이 정차된 위치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차량 운전자 甲이 실제로 피고인의 차량을 추격하지 않았다거나 추격 과정에서 교통상의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이고, 피고인은 그러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1호
[2] 구 도로교통법(2018. 3. 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1항 제1호, 도로교통법 제14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도4452 판결(공2002하, 2926),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787 판결(공2009상, 947),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도10878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전용우 외 1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19. 2. 14. 선고 2018노4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1호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도445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8. 5. 13. 09:40경 (차량번호 1 생략) 25t 덤프트럭을 운전하여 삼척시 (주소 생략)○○아파트 앞 편도 3차로 도로를 정라진 쪽에서 삼척온천 쪽으로 1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게 되었다.
2) 피고인은 위와 같이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위 덤프트럭의 우측 앞바퀴 부분으로 당시 2차로로 주행하던 피해자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그랜저 승용차의 좌측 뒤 펜더 부분을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3)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의 목이 심하게 꺾이고 몸이 양옆으로 흔들리는 등 피해자 공소외 1과 그의 동승자인 피해자 공소외 2는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고, 수초 동안 떨리면서 밀려난 위 승용차는 뒤 펜더 부분이 찌그러지는 등 수리비가 3,816,439원이 들 정도로 파손되었다.
4)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사건 사고 직후 3차로와 갓길 사이에 승용차를 정차시켰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를 인식하고도 정차하지도 않고 그대로 운전하여 도주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고 충격의 정도, 피해차량 운전자의 사고 직후 상태, 피해차량이 정차된 위치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차량 운전자가 실제로 피고인의 차량을 추격하지 않았다거나 그 추격 과정에서 교통상의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이고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이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