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지휘관이 개정된 육군규정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해 영외거주 가능한 하사를 계속 영내거주하게 하던 중 하사가 자살했어도 국가에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2008년7월 개정된 육군규정에 의하면 망인은 임관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그해 12월1일부터 독신자 숙소생활이 가능했으나 주임원사가 개정내용을 공문으로 통지받지 못해 종전 규정에 따라 교육기간은 영내 생활기간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해 12월 초순경 망인에게 기간이 더 남았다며 조금만 더 참고 생활하라고 이야기했고 망인은 이에 수긍해 실망감 등을 표출하지 않았다.
사실관계에 따르면 공병단 지휘관 등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망인의 부대적응을 도와주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육군규정을 숙지하지 못하고 규정에 위반해 망인으로 하여금 영내거주를 하도록 한 과실이 있었지만 영내생활은 사병과 같은 엄격한 내무반생활은 아니었고 망인이 자살할 당시에는 규정을 초과해 영내생활한 기간이 1주일 정도에 불과했다.
군대사회의 통제성과 폐쇄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영내생활이 다소 길어지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이므로 공병단 공무원의 업무상 잘못으로 망인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것은 예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무원의 업무집행상의 잘못과 망인의 사망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초임하사로 전입한 박모씨가 영내 거주해야 할 기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영내 거주하던 중 자살하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0다74416)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74416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자살한 초임하사가 근무한 부대의 지휘관 등이 육군규정에 규정된 기간을 초과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영내거주를 하도록 한 과실과 망인의 사망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육군 공병단에서 근무하던 초임하사가 영내에서 자살한 사안에서, 위 공병단 지휘관 등이 망인의 부대 적응을 도와 주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육군규정을 숙지하지 못하고 위 규정에 규정된 기간을 초과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영내거주를 하도록 한 과실은 있으나, 영내생활이 다소 길어지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 할 것이어서, 위 공병단 공무원의 위와 같은 업무상 잘못으로 망인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위 업무집행상의 잘못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국가배상법 제2조, 민법 제750조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정탁교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0. 8. 18. 선고 2009나1105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은 평소 불안한 정서에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격으로 인하여 부대 적응에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므로, 위 공병단의 지휘관 등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소외 1의 부대 적응을 도와야 하며, 특히 개정된 육군규정을 숙지하여 2008. 12. 1.부터 소외 1에게 영외거주를 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초임하사인 소외 1에 대한 관심 소홀과 육군규정에 위반하여 영내거주를 하도록 한 과실로 인하여, 내성적 성격에 불안한 정서를 보였던 소외 1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위 공병단 공무원들의 이러한 과실로 인하여 소외 1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소외 1이 군 입대 후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했다거나 심한 욕설이나 모욕적인 질책 등을 당했다고 볼 자료는 없는 사실,
② 군 입대 직후 실시한 군 인성검사 결과에는 소외 1에 대하여 자신의 심리적 문제나 어려움을 과장하거나 나쁜 점을 강조한다는 등으로 분석되어 있으나, 하사로 임관하여 위 공병단에 전입한 직후 실시한 군간편 인성검사에서는 전체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
③ 소외 1이 2008. 6. 4. 수도방위사령부 1113공병단에 전입하여 처음으로 지원과 병기탄약관리관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업무가 생소하고 서툴렀으나, 종합군수학교 초급반 교육을 마치고 2008. 11. 21. 위 공병단으로 복귀한 후로는 업무수행능력이 좋아지고 업무 자체에 흥미를 가지는 등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던 사실,
④ 중사 소외 2는 탄약고, 무기고, 중대보관함 등을 다니면서 소외 1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해 주었던 사실,
⑤ 소외 2는 전입 무렵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중사 소외 3과 함께 소외 1의 전입을 축하하면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였고, 주말에 컴퓨터를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신의 숙소에 와서 사용하라고 하여 소외 1이 실제로 소외 2의 숙소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였고, 부대창설일과 추석 때에는 소외 1이 집에 다녀올 수 있도록 그의 근무를 대신 서 주는 등 자신의 후임인 소외 1을 도와주려고 많이 노력한 사실,
⑥ 소외 2가 소외 1의 영내 대기가 풀리면 중사 소외 4와 함께 지내라고 하여 소외 1은 자살하기 약 2주 전에 소외 4의 숙소에 짐을 갖다 놓았고, 소외 4가 주말에 내무반에 있으면 심심할 테니 컴퓨터를 설치하여 놀라고 하여, 소외 1은 자살하기 전날인 2008. 12. 7. 소외 4의 숙소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하였던 사실,
⑦ 행정보급관인 상사 소외 5는 주 1회 소외 1을 행정반으로 불러 커피를 마시면서 면담을 하였고, 그 면담결과를 주임원사 소외 6에게 보고한 사실,
⑧ 소외 6은 소외 5로부터 매주 소외 1의 신상을 보고받은 외에도 7~8회 정도 직접 소외 1을 면담하기도 하였고, 중사 소외 2, 4 등으로부터 소외 1이 성실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간부라고 전해들은 사실,
⑨ 2008. 7. 1. 개정된 육군규정에 의하면 소외 1은 임관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08. 12. 1.부터 독신자 숙소생활이 가능하였으나, 주임원사 소외 6은 위와 같은 개정 내용을 공문으로 통지받지 못하여 종전 규정에 따라 교육기간은 영내생활기간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파악하여, 2008. 12. 초순경 소외 1에게 내무반생활 기간이 약 1~2개월 정도 남았다면서 조금만 더 참고 잘 생활하라고 이야기한 사실,
⑩ 이에 소외 1도 수긍을 하였고, 실망감이나 무력감, 분노 등을 크게 표출한 적은 없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공병단 지휘관 등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소외 1의 부대 적응을 도와 주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육군규정을 숙지하지 못하고 위 규정에 위반하여 소외 1로 하여금 영내거주를 하도록 한 과실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소외 1은 일과 후 내지 주말에 동료 하사관의 숙소에서 쉬거나 컴퓨터 게임도 하는 등 그의 영내생활은 사병과 같은 엄격한 내무반생활은 아니었던 점,
주임원사 소외 6의 지시내용에 의하더라도 약 1~2개월 후에는 영내생활 제한의 해제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점,
소외 1은 사병이 아닌 직업군인으로 간부였고, 군인이 영내생활을 하는 것이 특별한 부담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소외 1이 자살할 당시 규정을 초과하여 영내생활을 했던 기간이 1주일 정도에 불과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군대사회의 통제성과 폐쇄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영내생활이 다소 길어지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 할 것이어서,
위 공병단 공무원의 위와 같은 업무상 잘못으로 소외 1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위 업무집행상의 잘못과 소외 1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와 달리 위 공병단 공무원의 업무상 과실과 소외 1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국가배상책임에서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