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답형으로 이뤄지는 전화 보험가입 과정에서 보험 모집인이 빠르게 상품설명을 하고 소비자 역시 바쁘다는 이유로 건성으로 대답해 보험사 측에 과거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소비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사실관계
A씨는 2014년 1월 전화로 현대해상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상해후유장해와 질병후유장해, 상해사망 등을 담보해주는 상품이었다. 전화 가입 과정에서 현대해상 모집인은 A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는데, A씨는 "최근 5년 내에 입원, 수술, 제왕절개 또는 계속해 7일 이상치료 또는 계속해 30일 이상 투약 받은 적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모집인이 빠르게 잇따라 질문을 해 "예", "아니오"로 간단간단하게 답하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A씨는 2011년 암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A씨는 이후 2014년 10월 암이 재발해 수술을 받았고 후유장해가 발생하자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A씨가 병력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보험 모집인이 빠르게 말을 하고 발음이 부정확해 병력 고지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다른 보험사에는 수술 이력을 고지했는데, 현대해상이 다른 보험사 계약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을 거쳤다면 병력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보험 모집인은 계약체결 당시 A씨가 고지사항을 허위·거짓 대답하는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되니 유의하기 바란다고 말했고, A씨도 이해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A씨가 수술 이력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과거 수술 사실이 인정된다.
수술 병력은 보험계약 체결 여부 및 조건을 결정할 때 고려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고지의무의 대상이라며 A씨는 이 같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보험 모집인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했더라도 A씨가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않은 채 대답했으므로, 모집인이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보험 모집인은 A씨에게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보험사에 병력을 고지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보험계약자가 다른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에서 고지한 내용에 대해 조회할 의무가 있다거나 적어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보험사들 사이에 피보험자의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현대해상의 과실이라 인정할 수 없다면서 현대해상화재보험(소송대리인 이소연·송주은·김주섭 변호사)이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서울고등법원 2017나2055603)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18. 11. 28. 선고 2017나2055603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피항소인】
◎◎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서울 ○○구 ○○○로 ***(○○로), 대표이사 이○○, 박○○,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주은
【피고, 항소인】
박AA, 서울 ○○구 ○○○로 ***-**,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민영(소송구조)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1. 선고 2017가합502106 판결
【변론종결】 2018. 10. 12.
【판결선고】 2018. 11. 28.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사고와 관련하여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4. 1. 20. 피고와 사이에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상해후유장해, 질병후유장해, 상해사망을 담보하고, 보험기간을 2014. 1. 20.부터 2061. 1. 20.까지로 정하는 내용으로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약관내용 생략-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청약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고의 통신판매 보험모집인으로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설명을 들은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청약의 의사를 표시하고, 위와 같은 피고의 청약사항, 답변사항 등이 모두 음성녹음되어 피고의 자필 서명이 첨부된 청약서를 갈음하는 방식으로 체결되었으며,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된 후인 2014. 1. 22. 원고의 고객만족센터 상담원과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의 확인을 위하여 다시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원고의 보험모집인과 피고의 통화내용 및 원고의 고객만족센터 상담원과 피고의 통화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통화내용 생략-
다.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11. 7. 7. 우측 상악 악성 법랑모세포종[각주:1]절제술 및 장골이식술을 받았다.
[각주1] 악성 종양으로서 암의 일종이다.
라. 피고는 2014. 10. 16. 별지 목록 제2항 기재와 같이 우측 상악부 석회화치성낭종 기원 재발성 법랑모세포종이 재발하여 좌측 상악 절제술을 받은 후 언어장애, 연하 및 저작장애 등의 후유장해가 발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라 한다)를 이유로 2015. 9. 3.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마. 원고는 2015. 11. 23. 피고에게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위 내용증명우편은 2015. 11. 25.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부터 5호증, 갑 제7부터 9호증, 갑 제11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1,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갑 제6, 10호증의 각 음성,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피고의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이 사건 보험계약 해지 여부
1)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상법 제651조 본문),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제28조 제1항 제1호에서도 같은 취지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보았다.
이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 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나,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상법 제651조의2),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보험청약서에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 참조).
또한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하여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0다38663, 38670 판결 등 참조).
2)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에게 보험계약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의 보험모집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과 관련한 질문에 허위 또는 거짓으로 대답하는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이 되지 않고 보험계약이 해지되니 유의하기 바란다고 말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를 이해하였다는 취지로 ‘예’라고 대답한 사실,
위와 같은 고지 후에 원고의 보험모집인은 다시 피고에게 ‘최근 5년 안에 입원, 수술 또는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 또는 30일 이상 투약받은 적이 있는지’, ‘최근 5년 안에 암이나 백혈병 등 질환으로 질병확정을 진단받았거나 치료, 입원, 수술, 투약받은 적이 있는지’에 관하여 질문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각 ‘없어요'라고 대답한 사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최근 5년 내인 2011. 7. 7. 우측 상악 악성 법랑모세포종 절제술 및 장골이식술을 받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피고의 2011. 7. 7.의 수술 관련 병력은 원고가 보험청약서에 따라 질문한 사항으로서 보험계약 체결 여부 및 조건을 결정할 때에 고려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됨에도,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에게 이를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3) 다음 피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것처럼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 보험모집인으로부터 ‘최근 5년 안에 입원, 수술 또는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 또는 30일 이상 투약받은 적이 있는지’, ‘최근 5년 안에 암이나 백혈병 등 질환으로 질병확정을 진단받았거나 치료, 입원, 수술, 투약받은 적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없어요’라고 대답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불과 2년 7개월 정도 전인 2011. 7. 6. ○○대학교 ○○병원에 입원하여 2011. 7. 7. 우측 상악 악성 법랑모세포종 절제술 및 장골이식술을 받고 2011. 7. 15. 퇴원한 사실(을 제3호증),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의 나이는 만 53세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기억능력에 어떠한 장애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고, 피고 스스로 계약 체결 당시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에 보험모집인의 계속되는 질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답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이미 건강과 관련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피고로서는 원고 보험모집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면 피고가 알고 있는 피고의 병력에 관하여 사실대로 원고 보험모집인에게 고지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2011. 7. 7. 받은 수술이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고 보이므로, 피고에게는 적어도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2009년경[각주:2] ◇◇카드 주식회사(이하 ‘◇◇카드’라 한다)로부터 권유를 받고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명보험’이라 한다)와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1988년경 코 부분 수술[각주:3]을 받은 것을 고지한 적이 있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 역시 원고의 보험모집인인 ◇◇카드로부터 보험가입 권유를 받고 체결하였기 때문에 피고의 과거 병력을 다시 고지하지 않은 것일 뿐이므로, 피고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카드를 통하여 △△△생명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의 과거 병력을 고지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원고의 보험모집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원고의 회사 명칭을 여러 차례 말하면서 자신을 원고의 보험모집인이라고 소개하였고, 원고 보험모집인과 피고는 피고가 이미 가입하고 있는 원고가 보험자인 저축보험에 관하여도 대화를 나눈 점,
피고는 보험모집인에게 이름(성함)을 물어서 그가 원고의 보험모집인임과 그 보험모집인의 이름을 확인하였고, 보험모집인에게 △△△생명보험에 대한 말을 꺼냈다가 원고 보험모집인이 △△△생명보험이 아닌 원고의 보험모집인임을 밝히자 피고가 ‘아 원고(◎◎해상) 맞아요’라는 말까지 하였으며, 피고는 원고 보험모집인에게 “◎◎해상의 전화번호가?”라고 묻기까지 한 점,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이틀 후인 2014. 1. 22. 원고의 고객만족센터 상담원이 피고에게 전화하여 원고(◎◎해상) 고객만족센터 소속임을 밝혔으나 피고는 △△△생명보험이 아닌 이유를 물은 적이 없는 점, 나아가 피고가 과거에 △△△생명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모집인에게 고지하였다는 병력은 1988년 또는 1998년의 수술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15년 이상 전의 수술임에 반하여 원고 보험모집인은 피고에게 전화통화를 한 날부터 5년 전 이내의 병력을 고지해 달라고 요청하였기 때문에 2011년의 병력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착오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생명보험의 보험모집인이 ◇◇카드로 동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실상 동일한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혼동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피고로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상대방은 △△△생명보험이 아닌 원고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해지권 행사로 인하여 해지되었다.
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해지기간 도과 여부
가) 피고의 주장
원고는 2015. 9. 3. 이미 피고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로부터 1월이 경과한 2015. 11. 23.에서야 해지권을 행사하였는데, 원고의 해지권은 상법 제651조 본문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도과함으로써 소멸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나) 판단
보험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고지의무위반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상법 제651조 본문). 보험자가 사고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험계약의 고지의무위반에 관하여 의심을 품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곧바로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후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 여부에 관하여 조사·확인절차를 거쳐 고지의무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 확보를 통하여 고지의무위반이 있음을 안 때에 비로소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23743, 23750 판결 참조).
살피건대, 피고가 2015. 9. 3. 원고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실은 앞서 보았고, 갑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이후에 손해사정업체를 선임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금의 사정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였고, 2015. 11. 12.경 손해사정업체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과거에 우측 상악 악성 법랑모세포종 절제술 및 장골이식술을 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위 과거 병력과 이 사건 보험사고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주치의 소견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기재된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로서는 손해사정업체로부터 피고의 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한 객관적 근거라 할 수 있는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받은 2015. 11. 12. 무렵에야 비로소 피고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그로부터 1월 이 내인 2015. 11. 23.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이상,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제척기간 내에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09년경 ◇◇카드로부터 권유를 받고 △△△생명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1998년경 코 부분 수술을 받은 것을 고지하였는데, 원고가 ◇◇카드를 통하여 △△△생명보험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보험계약의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을 거쳤다면 피고의 과거 병력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원고가 피고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중과실 또는 적어도 경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는 피고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나)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원고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보험계약과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서 원고가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보험심사를 할 때에 보험계약자가 다른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에서 고지한 내용에 대하여 조회할 의무가 있다거나 적어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고 볼 만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고, 원고에게 위와 같은 조회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도 않으며, 보험회사들 사이에 피보험자의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거나 보험회사가 보험개발원 등을 통하여 피보험자의 기존 보험금 청구 내역에 관한 정보 등을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제출되어 있지 않으므로, 원고가 피고와 △△△생명보험 사이에 체결된 보험계약에서 피고가 고지한 내용을 조사하지 않은 것을 원고의 과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원고 보험모집인의 고지방해행위 인정 여부
가) 피고의 주장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보험모집인이 피고에게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거나 피고가 이를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28조 제2항 제5호에 따라 피고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나) 판단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보험모집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거나 이를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게 하였거나 부실한 고지를 권유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보험모집인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설령 원고 보험모집인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다 할지라도 피고가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 보험모집인이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병력을 고지할 기회는 제공되었다 할 것이다.
나아가 앞서 본 것처럼 원고의 보험모집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피고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과 관련한 질문에 허위 또는 거짓으로 대답하는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이 되지 않고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한 후 과거 병력에 대하여 질문하자 피고가 해당사항이 없다고 대답하였으므로, 원고의 보험모집인은 피고에게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소결론
결국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를 위반하였다 할 것이고, 피고의 위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2015. 11. 23.자 내용증명우편이 2015. 11. 25. 피고에게 도달한 사실은 앞서 보았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의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원고의 해지통보에 의하여 2015. 11. 25.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사고와 관련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원고의 보험금지급채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의 이익도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