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으로 규정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관련 사건의 1심 판결 선고일이 아니라 확정 판결이 난 때이다.
피해자는 관련 사건의 판결이 확정됐을 때 불법행위 및 손해발생 등의 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
사실관계
A사는 2007년 경기도 안양시 일대 B씨 소유 공장건물 일부를 임차했다. 그런데 2013년 임차한 건물 뒷편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A씨 점포 내 시설 및 내부 집기 등이 전소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013년 3월 '정확한 발화원인과 지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없으나 B씨가 운영하는 공장 내부 전선 부분에서 전기적 발열이 발화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은 2014년 12월 B씨에게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1심 판결을 선고했고, 2·3심을 거쳐 2016년 4월 이 판결은 확정됐다. A사는 2018년 6월 B씨에게 보존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1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B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2014년 12월 선고됐는데, A사가 늦어도 그 무렵에는 화재로 인한 손해가 B씨의 공작물 보존상 하자로 인한 것임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사는 그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경과한 2018년 6월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소멸됐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책임의 주체 등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춰 A사는 관련 사건 1심 판결 선고 무렵에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해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A사는 관련 사건 판결이 확정된 때 비로소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1심 판결 선고 무렵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A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대법원 2019다25937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103호 임차인이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4가합1435호, 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의 제1심 판결 선고 무렵에 이 사건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접수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0440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54686 판결,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8다21566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화재에 관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관련사건 제1심 판결이 2014. 12. 11. 선고되었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 및 상고를 제기하여 2016. 4. 15.에야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는 위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이 사건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이 사건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피고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다.
2) 한편 피고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원고의 대표이사 최AA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단237636)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피고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16. 7. 12.에야 원고인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패소판결이 선고되었다.
다.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하여 위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그 책임의 주체 등 그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원고의 대표이사 최AA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원고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 판결 선고 무렵에 이 사건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다만 원고는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관련사건 제1심 판결 선고 무렵에 그 손해의 발생 등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 판단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