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외국공항에서 항공편 출발지연으로 피해를 입은 승객들에게 수천만원의 배상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A씨 등은 팬퍼시픽항공사 비행기를 이용해 2019년 8월 20일 오후 11시 막탄 세부 국제공항을 출발해 다음날 오전 5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국제항공운송 계약을 맺고 탑승대기를 하던 중 팬퍼시픽항공사로부터 출발지연 안내를 받았다.
결국 예정된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A씨 등은 이튿날인 21일 오전 5시 항공사에서 제공한 숙소로 이동했다. 이후 이들은 기존 출발예정 시각보다 약 13시간에서 27시간이 지체된 뒤 다른 항공편에 탑승해 출발했다. 이에 A씨 등은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강영훈 부장판사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은 2007년부터 국내에서 발효됐고, 출발지인 필리핀도 이 협약에 가입하고 2015년부터 발효돼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협약 당사국이므로, 이 사건은 국내법에 우선해 협약이 적용된다. A씨 등은 협약 제33조가 정하는 도착지 법원인 우리나라 법원에 소를 제기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있다.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승객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A씨 등은 원래 출발예정 시각보다 지연 출발했으므로, 팬퍼시픽항공사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팬퍼시픽항공사는 항공기 접속 관계로 지연이 발생해 항공사업법과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내법에 우선해 협약이 적용되는 이번 사건에서 협약 제19조에서 정한 면책사유의 증명을 위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강협약 제23조 1항은 재판절차에 있어 국내통화로의 환산을 판결일자를 기준으로 규정한다. 판결 선고일 현재 원고 1인당 배상한도는 약 750만원이다. 다만 협약 제22조는 손해의 구체적 유형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이러한 경우 국내법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며 A씨 등 승객 47명이 필리핀 국적항공사인 팬퍼시픽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268428)에서 A씨 등이 청구하는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명하기는 하되, 항공편 출발지연 사유 등을 종합해 배상한도 내에서 액수를 정했다고 팬퍼시픽항공은 A씨 등에게 총 231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3. 선고 2020가단5268428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20가단5268428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 1 기재와 같음,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지혜, 윤영환
【피고】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윤성호, 이순, 윤현수
【변론종결】 2021. 4. 2.
【판결선고】 2021. 4. 23.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각 배상액 및 각 이에 대한 2019. 8. 21.부터 2021. 4. 23.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각 청구액 및 각 이에 대한 2019. 8. 21.부터 소장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1973. 11.경 항공 및 기타 운송서비스를 목적으로 필리핀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서, 「AB」 이라는 상호로 항공운송업을 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운행하는 ○○600 항공편을 이용하여 2019. 8. 20. (화) 23:30(필리핀 현지 시각) 막탄 세부(Mactan-Cebu)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다음날 04:50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내용의 국제항공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들은 2019. 8. 20. 탑승게이트에서 탑승대기를 하였다가 피고의 출발지연 안내를 받았고, 결국 예정된 항공편에 탑승하지 못하고 2019. 8. 21. 05:00경 피고가 제공한 숙소로 이동하였다.
라. 원고 14명(순번 3, 4, 5, 6, 11, 12, 13, 18, 19, 40, 41, 42, 43, 44)은 2019. 8. 21. 12:20 출발예정이던 B 소속의 ○○022 항공편에 탑승하여, 원래 출발예정시각 보다 13시간 20분이 지체된 2019. 8. 21. 12:50경 공항을 출발하였다.
마. 나머지 원고들은 2019. 8. 22. 02:30 출발예정이던 B 소속의 ○○028 항공편에 탑승하여, 원래 출발예정시각 보다 27시간 30분이 지체된 2019. 8. 22. 03:00경 공항을 출발하였다.
[근거] 갑 제1, 2호증, 다툼 없는 사실
2. 쟁점 및 판단
가. 적용 법규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for International Carriage by Air Done at Montreal on May 1999)(주요 내용은 별지 2 참조)에 가입하여 2007. 12. 29.(Date of entry into force) 국내에서 발효되었고, 출발지인 필리핀국도 위 협약에 가입하여 2015. 12. 18. 발효되었는바, 이와 같이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위 협약 당사자국이므로, 이 사건은 국내법에 우선하여 위 협약이 적용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등 참조).
나. 재판관할권
피고가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다투고 있으나, 원고들이 위 협약 제33조가 정하는 도착지의 법원(court at the place of destination)인 우리나라 법원에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법원에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있다.
다. 손해배상책임 여부의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는바, 원고들은 원래 출발예정시각보다 지연 출발하였으므로, 피고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면책 여부
피고는, 이 사건 지연은 항공기 접속 관계로 발생한 것으로서, 항공사업법 제61조 단서,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제16조 제1항 제5호 및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별표 2]에 따라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국내법에 우선하여 위 협약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서, 피고는 위 협약 제19조 후문이 정한 면책 사유의 증명을 위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배상한도 및 배상액 결정
(가) 2003. 11. 4. 위 협약 발효 당시 제22조 제1항은 승객의 운송에 있어서 지연손해를 승객 1인당 4,150SDR(IMF 특별인출권 ; Special Drawing Right)로 제한하였으나, 2019. 8.경 제한한도는 승객 1인당 4,694SDR이다.[각주:1]
위 협약 제23조 제1항은 재판절차에 있어서 국내통화로의 환산은 판결일자를 기준으로 특별인출권의 국내통화환산액에 따라 정하도록 규정하므로, 이 판결 선고일 현재 원고 1인당 배상한도는 약 750만 원이다.[각주:2]
(나) 위 협약 제26조는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하거나 책임한도보다 낮은 한도를 정하는 조항은 무효로 규정하므로, 이 사건의 배상액이 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별표 2]에 정해진 운임의 30%에 해당하는 약 40,000원 정도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피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위 협약 제22조는 손해의 구체적 유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는바, 이러한 경우 국내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피고로 하여금 원고들이 청구하는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명하기로 하되, 이 사건 항공편 출발지연 사유, 출발지연 시간, 승객의 성년 여부 등을 종합하여, 배상액수를 위 (가)항의 배상한도 내에서 별지 1 “배상액” 기재와 같이 정한다.
3.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일부 이유 있다.
판사 강영훈
[각주1]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는 위 협약 제25조, 제53조에 따라 2009. 12. 30.부터 배상책임한도를 승객 1인당 4,694SDR로 변경하고, 2019. 12. 28.부터 배상책임한도를 승객 1인당 5,346SDR로 변경하였다.[본문으로]
[각주2] 2021. 4. 22.(현지 시각) 현재 1SDR은 미화 1,434960달러에 해당하고(www.imf.org 참조), 2013. 4. 23.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19.80원이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