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입사 20代 여성 급성 후두염 등 진단, 전화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요지
전화 보험설계사(TFC·내근 보험모집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정홍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법률구조의 대표적인 본보기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관계
대전에 사는 정모(26·여)씨는 지난 2009년 M생명보험에 TFC로 입사했다. TFC는 보험회사 내에서 근무하며 전화 등을 이용해 보험계약의 체결 및 중개, 보험계약의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3주간의 기본교육을 마친 정씨는 보험설계사 등록을 하고 같은해 2월 M사와 정식으로 'TFC 위촉계약'을 체결했다. 위촉계약서에는 'TFC는 독립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 및 기타 관련법상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회사직원에게 적용되는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었다. 정씨는 의례적인 문구라고만 여기고 업무를 시작했다.
정씨는 하루종일 전화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보험상품을 설명하다보니 잦은 기침과 음성변성에 시달렸고, 병원 검진결과 급성 후두염, 후두부종, 성대 및 후두용종 등의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근무 중 생긴 질병이라고 주장하며 M사에 치료비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M사는 정씨가 입사 당시 작성한 'TFC 위촉계약서'를 내밀며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가 난 정씨가 계약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항의하자 M사는 정씨를 해고했다.
경제적 사정이 넉넉치 않아 변호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볼 생각도 못했던 정씨는 고민 끝에 법률구조공단대전지부를 찾아갔다. 사연을 들은 공단은 정씨의 사건을 맡기로 하고 대전지방법원에 치료비와 부당해고로 인한 임금 상당액 등 2,000여 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TFC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보험설계사는 근로시간 및 근로내용이 회사의 지배, 관리를 받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종래 대법원판례(대법원 97다7998 등)를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단은 포기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했고, 결국 1심과 다른 판단을 이끌어냈다.
판결내용
항소심 재판부 대전지법 민사2부(재판장 심준보)는 TFC 업무의 내용과 처리방식이 회사가 정한 보험영업지침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고 근무시간을 회사가 관리하는 등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을 뿐만 아니라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회사가 제공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정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며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와 약제비 등 2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대법원 2010나11154)했다. M사가 상고를 포기해 이 판결은 확정됐다.
대법원 1997.11.28, 선고, 97다7998, 판결 퇴직금
【판시사항】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레미콘 제조회사와 레미콘 운반계약을 체결하고 운송량에 따라 금원을 지급받는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 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레미콘 제조회사와 레미콘 운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레미콘 운반량에 따라 운반비를 받는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는, 레미콘 제조회사로부터 일정한 통제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지 않고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으며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의 혜택이 없는 점, 레미콘 차량의 수리비를 본인이 부담한 점, 레미콘 제조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운임은 운반한 레미콘의 양에 의해서만 산정되는 점, 레미콘 제조회사의 통제에 따르지 않더라도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뿐 징계처분을 받지는 않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레미콘 제조회사에 대하여 사용종속관계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현행 근로기준법 제14조 참조)
[2]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현행 근로기준법 제14조 참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20348 판결(공1996상, 1690),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누1795 판결(공1997상, 786) /
[1] 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도732 판결(공1996하, 2754),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다35289 판결(공1996하, 2972),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누13016 판결(공1997하, 3882)
【전문】
【원고,피상고인】
김@현 외 1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성안산업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석선)
【원심판결】
청주지법 1996. 12. 26. 선고 96나195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는 레미콘의 제조 및 판매업을 경영하는데, 원고 김@현은 1990. 8. 1., 원고 김정식은 1990. 8. 16. 각 피고와의 사이에 기간은 1년으로 하고 기간 만료 후 쌍방의 이의가 없는 경우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되도록 하는 레미콘 운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제조한 레미콘을 운반하는 업무에 종사하다가, 원고 김@현은 1995. 6. 15., 원고 김정식은 1995. 4. 8. 각 레미콘 운반 도급계약을 합의해지한 사실,
원고들은 ① 피고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시간에 출근하고 피고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레미콘 믹서트럭을 비롯한 운반 장비를 사용하여 피고가 지정하는 수요자에게 레미콘을 운반하였는데 피고는 레미콘 운반기사들에게 운반을 지시함에 있어 전날 운반량이 가장 적은 기사는 다음날 가장 많도록 조절함으로써 월간 운반요금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였고,
② 피고의 지시에 따라 05:00경 출근하는 조기 출하 및 17:00 이후에 이루어지는 야간 출하에 응하여야 하고, 원거리 또는 소량 운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일정한 제재를 받았고,
③ 부득이한 경우에 피고의 승인하에 일정한 기간만 제3자의 대리운전이 가능하였을 뿐이고 그 이외에는 직접 콘크리트 믹서트럭을 운전하여야 하였고,
④ 계약기간 중 피고의 동의 없이 제3자와 유사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고,
⑤ 월간 기준 운반량을 정하여 두고 원고들의 실운반량이 월간 기준 운반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실운반량에 대한 금원 외에 미달한 양에 비례하여 일정액의 금원을 지급받았고,
⑥ 원고들이 레미콘 운반계약을 위반하였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월 3회 이상 무단 운휴할 경우, 조기 출근, 야간 출하, 대기, 배차 등의 지시를 위반할 경우에는 피고는 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이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 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누179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가 원고 등 운전사들이 운반할 레미콘의 양과 운반 장소를 지정하였고 이를 지정함에 있어서 전날 운반량이 가장 적은 운전사로 하여금 다음날 운반량이 가장 많은 레미콘을 운반할 수 있도록 순서를 조절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위의 레미콘 운반 도급계약에 따라 각 운전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운반할 레미콘과 운반 장소를 배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운전사들의 요청에 의한 합의로 운전사들 사이에 월간 운반량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었고,
② 원고들에 대하여 취업규칙의 적용이 없고, 원고들은 필요할 때에는 피고에게 사전 통보만에 의하여 운휴할 수 있으며, 원고들이 계속하여 출근하지 아니하여 레미콘 운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더라도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뿐이고 결근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는 것은 아니고,
③ 원고들의 업무가 대체로 08:00 시작되어 17:00에 종료되나, 이는 피고의 취업규칙상 종업원들의 시업시각이 08:00이고 종업시각이 17:00인 관계로 원고들의 레미콘 운반도 레미콘을 제조하는 종업원들의 근무 시간에 맞추어 행해질 수밖에 없는 까닭으로 보이고,
④ 원고들은 부득이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대리운전자를 내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기간 중 유사한 업종과의 계약 체결이 금지될 뿐 유사한 업종이 아닌 한 다른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지 아니하고,
⑤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원고들은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였으며, 산재보험,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의 혜택이 없고,
⑥ 원고들이 레미콘 차량 운행에 대한 비용의 일부로서 타이어 비용 또는 타이어 펑크 수리비용을 부담하였고,
⑦ 피고가 지급하는 운임은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질이나 양에 비례하여 결정된다기보다는 오로지 운반한 물량이라는 객관적으로 수행된 업무 실적의 결과만에 의하여 산정되고,
⑧ 원고들은 월간 실운반량이 월간 기준 운반량에 미치지 못할 때에도 실운반량에 일정액의 단가를 곱하여 산출한 금원 외에 미달한 양에 대하여 실운반량에 대한 단가보다 저액의 단가를 곱하여 산출한 금원을 지급받았으나 이는 레미콘 수요가 건설 경기 및 계절에 따라 변동의 폭이 심하기 때문에 비수기에 레미콘 운전사들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에 응하여 일정액의 임금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⑨ 레미콘 차량이 피고의 소유이기는 하나 피고는 원고들이 출근하지 아니하더라도 그들에게 배정된 레미콘 차량을 타인으로 하여금 운전하도록 하지 아니하였고,
⑩ 원고들은 피고의 원거리 또는 소량 운전의 배차 지시를 거부할 수 없고, 피고의 레미콘 공장의 신설, 증설이 있을 경우에는 피고의 이동 지시에 따라야 하지만, 이는 피고가 고객에게 레미콘을 확실하게 공급하기 위하여 마련한 운반 도급계약의 내용에 불과하고 원고들이 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뿐 이에 대하여 복무질서 위배 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할 수는 없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사용종속관계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 제14조 소정의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을 구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으니,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