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판독 결과를 근거로 급성맹장염으로 믿고 맹장 절제수술 했다면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사실관계
지방의료원의 외과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02년 임신초기인 C모씨(당시 27세)가 복부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자 급성맹장염으로 의심하고 소변검사와 복부엑스레이 검사 등을 했으나 확신을 갖지 못하고 같은 병원 방사선과 전문의인 B씨에게 CT촬영을 의뢰한 뒤 B씨가 판독결과 급성맹장염 진단을 내리자 같은 날 당직의사로부터 C씨가 맹장 절제수술을 받도록 했다.
A씨와 B씨는 그 후 11일간의 치료를 받은 C씨가 수술시 이용한 항생제로 낙태하게 되자 검찰로부터 태아를 낙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2부(재판장 박시환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급성맹장염의 경우 주로 임상 소견에 의존하고 검사상 소견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피해자에 대한 최종 진단을 내려야 할 외과전문의인 A씨는 피해자에 대한 소변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검사, 초음파 검사 등에서 맹장염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CT검사 소견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재검사를 실시했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채 개복술로 맹장을 절제한 과실이 있다.
이어 방사선과 전문의의 B씨는 CT판독 결과를 근거로 급성맹장염으로 단정한 데에 평균적인 의사에게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CT판독을 잘못해 급성맹장염으로 잘못 판단해 맹장절제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된 외과전문의 A모씨(43)와 방사선과 전문의 B모씨(38) 대한 상고심(대법원 2004도8174) 선고공판에서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07. 3. 16. 선고 2004도8174 판결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피고인들
【변호인】변호사 신현호 외 3인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노292 판결
【판결선고】 2007. 3. 16.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참조).
원심은, (1) 방사선과 전문의로서 피해자에 대한 CT검사를 담당하였던 피고인 2에 대하여는, CT사진에서 관찰한 우측 골반강 내 소량의 액체 저류는 피해자와 같은 젊은 가임기 여성의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이로써 충수(맹장)의 천공을 단정할 수 없고, CT사진상 공기방울이 소장 바깥쪽에 있다고 볼 만한 영상이 나타나지 아니함에도 천공된 충수에서 공기방울이 새어 나와 소장 바깥쪽에 있는 것으로 잘못 판독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2가 위와 같은 CT사진 판독결과를 근거로 천공이 동반된 급성충수염이라고 단정한 데에는 평균적인 의사에게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고,
(2) 피해자의 진료를 담당한 외과 전문의로서 최종 진단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었던 피고인 1에 대하여는, 급성충수염의 진단에 있어 주로 임상 소견에 의존하고 검사상 소견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한 것인데, 피해자에 대한 소변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검사, 초음파검사에서는 모두 급성충수염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나오지 아니한데다가, 피해자에게 수술을 권유할 당시 피해자는 이미 주된 임상증상인 하복부 통증이 사라진 상태여서 귀가를 원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 1로서는 CT검사 소견에 대하여 의심을 가지고 그 확진을 위하여 환자의 추이를 더 지켜보거나 재검사를 실시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채 개복술에 이른 데에는 평균적인 의사에게 요구되는 진단 및 치료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업무상과실치상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한편, 임상의학적 통계자료에 의하면 급성충수염의 확진율이 100%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은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지만, 그 확진율에 나타난 진단의 한계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현실적으로 오진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CT사진 자체를 잘못 읽거나 가장 중요한 임상적 증상의 변화를 소홀히 다룬 진단상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원용될 수 없는 통계자료라고 할 것이다. 이에 관한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상고이유에서 드는 판례들은 모두 이 사건과 사안 내지 쟁점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피해자에 대한 확진을 위하여 시험적 개복술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피해자의 증상이 위급하거나 그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적 상황에 있지 않았고, 환자의 상태를 좀 더 살피거나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실시할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되었음에도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천공을 동반한 급성충수염으로 속단하고 그 치료를 위한 개복술을 시행하였던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개복술이 임상의학적으로 허용되는 확진 및 치료를 위한 시험적 개복술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의 이 부분에 관한 설시는 다소 불비하나, 원심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의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소론은 결국 원심의 양형이 과중함을 탓하는 것으로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벌금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